1. 선택의 자유 시대

2. 쉽게 선택될 수 없는 ERP

3. 절차적 도입 방법

4. 완벽한 패키지를 위하여 

1.     선택의 자유 시대

최근 고객의 선호도 변화에 대하여 여러가지 표현방식이 논의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경쟁이 심화 될 수 밖에 없는 작금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아 그냥 듣고 지나칠 표현은 아닌 것 같아 한번 적어 보고자 한다. 과거의 소비자 구매 패턴은 '10인1색' 이었다고 한다. 선택할 여지가 없었던 시대인 만큼 아무리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고 싶다고 할지언정 구색을 맞출 수 있는 상품이 없었기 때문에 특별한 유행이랄 것 없이 모두 평범하게 살아왔던 시절의 소비자 패턴을 일컫는 말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서구화 문물이 봇물처럼 번창해 나가고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물품의 공급이 원할 해지자 바야흐로 '10인 10색'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그 동안 천편일률적으로 생산된 상품에 만족해야 했던 환경에서 이제는 자신의 경제적 여유나 생활 여건을 고려한 다소의 다양성을 누릴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자 사람들은 저마다 크기를 달리 한다거나 색깔을 변화 시켜 보는 선택의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도 잠시, 현실에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의 본성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상업주의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 '1인 10색'의 시대로 넘어 오게 되는데, 이로 인해 경쟁적으로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어 놓던 기업들은 다양해져 가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읽느라 노심초사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자유를 넘어서 이제는 굳이 선택을 한다는 의미보다는 제멋대로(?) 사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만큼 다양하게 자신의 취향을 마음껏 표출하며 사는 시대가 되었는데, 그러나 불행히도 IMF라는 예기치 못한 한파에 밀려 그러한 소비 패턴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유가의 10~20원 오르내림으로 인해 거리의 교통 형편이 바뀌는 것을 보면 정말 우리는 얼마나 큰 자유를 누리고 살고 있는가에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이다.

2.     쉽게 선택될 수 없는 ERP

이렇게 다양하고 풍요로운 선택의 자유 속에서 전산 Software 산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다양한 형태, 다양한 특성의 패키지가 ERP라는 이름으로 우후죽순처럼 선을 보이고 있다. 어디서는 몇 백억을 투자하여 ERP를 구축하였다고 하기도 하고, 어느 광고에서는 몇 천만원 - 심지어 100만원 단위까지도 존재함 - 에 ERP를 구축할 수 있다고 광고를 하니 기업의 전산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가는 CIO 및 전산실장님들의 행복한 선택의 자유에서 오는 고민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 바이다.

  그러나 아무리 선택의 편리성이 우선시 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모두 후회 없는 선택으로 이어지리라는 것은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에서 양복을 구매하는 경우 대부분 수선을 맞기게 되는데 기장과 품을 수선하여 자신의 몸에 맞추었다 할 지라도 그 옷이 정작 입고 갈 장소가 맞지 않는 다거나  유행에 맞지 않는 경우에는 입는 옷이 아닌 옷장에 걸려 있는 장식용 옷이 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ERP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하는 많은 상품을 회사에 적용하기 위해 선택하여야 할 때에는 자신의 품에 맞는지를 판단함과 더불어서 향후 2~3년은 족히 사용하고도 남을 상품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ERP, 특히 Customize 한계를 갖고 있는 Non-Customize형 ERP를 회사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특히 고가격의 비용을 부담하여야 하는 패키지에 대한 경영진의 의심스러운 시각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그 도입 절차를 면밀히 따져보지 않고서는 쉽게 결정을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 만큼 다음의 절차에 따라서 도입하기를 권장하는 바이다.

3.     절차적 도입 방법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절차는 다양한 컨설팅 방법론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앤더슨의Method/1이나 언스트&영의 NAVIGATOR 등이 바로 그것인데 이들의 방법론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공통점을 찾아 볼 수 있는데, 결국 정보공학론에서 말하는 절차적 구축방법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략, 분석, 설계, 구축 및 적용 등 기본 골격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ERP의 도입 역시 이에 준하여 철저히 추진해 나간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전체적인 일정부터 간략히 요약하면 ERP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써 계획프로젝트팀을 편성, 자사의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관련 패키지 상품을 Research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는 먼저 언급된 정보화 추진 절차 중 전략단계에 버금가는 절차로써 이 프로젝트에서의 성공 요소는 얼마만큼 패키지를 다방면으로 평가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 단계에서의 중요한 결과물로는 도입목적에 부합하는 패키지의 선정, 평가서와 적용 업무의 범위와 문제점 예측, 도입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차원에서의 방법 및 추진조직을 기획한 결과물 등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추진될 절차는 분석,설계 단계이다.

이 과정은 새로운 시스템의 기능, 도입비용, 효과 등을 명확히 파악해 내는 데 있다. 선행된 계획프로젝트에서 패키지를 선택하였으므로 이의 평가를 주로 실행하게 되는 단계이다. 계획프로젝트에서의 선정기준은 아무래도 현실적이지 않은 면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즉, 계획프로젝트에서는 공급 Vendor의 자료나 벤치마킹을 이용해 획득한 정보, 기타 관련 기관의 협조 등을 통해 평가된 것이므로 사실상 명확한 진단은 이루어 지기 어려우므로 분석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실무와 연관 지어서 패키지의 적용상에서 발생되는 각종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찾아내는데 주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분석 단계의 주요 결과물로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및 Access 권한, 기존에 운영되던 시스템에서의 각종 Data 활용 방안과 Conversion 계획,  패키지의 실제적인 프로토타이핑을 통한 구체적인 요건 정의, 패키지와 현실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써의 추가 개발 부분 정의, 이상의 결과를 총체적으로 해결해 나갈 계획 - 사용자 교육 등 - 을 들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반드시 거치게 되는 프로토타이핑은 다음 단계의 구축/개발 단계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 이유는 실제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과 같이 업무프로세스를 그대로 진행시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제점이 지적이 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실무자는 패키지의 성격과 구현 시스템의 사상을 이해함으로써 향후 구현 과정에서의 완충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상과 같은 실무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면 이제 도입 책임자의 승인을 얻음으로써 정말 패키지의 도입이 결정되어 구축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이제는 구축 단계로 접어든다.

  이 단계에서는 각종 요건을 실현하기 위한 프로그래밍까지 이루어 지게 되므로 전문적인 프로그래밍 기술을 갖춘 담당자의 참여가 중요하다. 이전 단계의 설계 단계에서는 Business Process를 관장하는 담당자의 역할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구현기술을 갖춘 Information Technology 담당자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접한 상당수 ERP 도입 업체의 경우 하드웨어를 추가 도입 하거나 신규 버전으로 Upgrade하는 과정에 있는 곳이 많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는 하드웨어의 도입도 병행하게 된다. 더불어 소프트웨어의 실행을 어떻게 진행 시킬 것인지에 대한 절차의 작성과 연수도 실시하게 되는데, 사용자에 대한 연수는 프로토타이핑을 거쳐 검증된 담당자를 중심으로 강사를 선정하여 진행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테스트 데이터까지 현설적인 감각을 갖고 준비하게 된다면 이제 시스템 구현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 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구현된 시스템은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 기존의 Data Conversion이 완성됨과 함께 적절한 일자를 잡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 가게 된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기 때문에 도입을 하겠다는 결정이 있음과 동시에 구현에 이르기 까지는 경험 있는 컨설턴트가 충분한 업무 know-how를 지닌 실무 담당자의 지원하에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간다면 정말 새로운 시스템이 가동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정작 성공 Site로써의 인정을 받느냐 못 받느냐는 이제부터의 과정에 달려 있다. 즉, 아무리 도입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만족하지 못하거나 에러 - 하드웨어의 에러까지 포함해서 - 가 자주 발생 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허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가동에 들어간 시스템을 인수 받은 담당자는 패키지 및 추가 개발 시스템의 요건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시로 성능 감시 및 유지보수 요구를 파악 해결해 주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직의 변경과 업무의 변경 등 현실에서 발생하는 각종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지 못한다면 아무리 잘 구현되어 있는 시스템이라도 어떻게 인정을 받을 수 있겠는가?

4.    완벽한 패키지를 위하여

이미 많은 SITE에서 검증을 거쳤다고 생각되는 대부분의 Non-Customize형 ERP는 다양한 산업적 Process를 감안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공급 회사에 근무하는 담당자라 할 지라도 그 방대한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따라서 도입하고자 하는 회사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면밀히 준비하여 대응하지 못한다면 도입 시에 만족했던 시스템이 도입 후에 불만족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므로,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성급히 패키지를 선정하기 보다는 차근히 여러 패키지를 검토하는 계획프로젝트를 선행하여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이다.

  그 동안 기업 내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대부분의 전산화 프로젝트는 정해진 납기에 맞추기에 바빴기 때문에 - 여기에는 품질 보다는 비용과 실리를 중시하는 우리의 사고방식이 주 원인이라고 본다 - 구축이 되고 난 후의 후속관리에 정말 노이로제라도 걸릴 것만 같은 전산담당자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는 우리의 패러다임을 좀 더 변화 시킬 필요가 있음을 강조해 주는 사항이다. 즉, ERP를 도입함에 있어 단순히 도입의 편리함이나 구축 및 사용에 이르기 까지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출발하기 때문에 도입에 성공하고 사용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지 않은가 생각된다. 결국 유지보수 하는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고 시간이 지체 되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도입 당시의 충분한 시간투자를 하여서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활용하겠다는 깊은 안목을 갖고 추진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또 다른 실패 요인은 패키지가 추구하는 설계 사상이 한국인의 정서와 사뭇 다른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보니 충분한 여과과정이 없이 도입한 회사는 그에 따른 보이지 않는 추가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상당수의 ERP가 외국패키지를 한글화 한데 불과한 시스템이다 보니 기능과 명성(?)만을 중시하고 선택할 경우 이러한 실패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패키지 분석과 더불어 우리 행동양식이나 취향 - 화면의 디자인을 만족하는 취향까지를 말함 - 을 패키지에 맞추어 바꾸든지, 아니면 우리의 취향에 맞는 패키지를 만들어 내는 두가지 방법이 있을 텐데, 그러나 실질적으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SI업체를 보면 대부분 현상(AS-IS)을 그대로 구현하기 바빴기 때문에 정작 패키지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산업 know-how는 축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의 취향에 맞는 패키지를 개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아마도 개인적으로 우수한 카메라맨, 배우, 영화관은 있지만 스필버그와 같은 극적인 시나리오를 창조해 낼 창조적 종합 예술가가 없기 때문에 - 물론 자금력도 문제일 수 있겠지만 - 세계수준의 영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여겨진다. 그렇다고 패키지를 도입하기 위해서 그 많은 실무처리 담당자를 의식과 더불어 습관까지 바꾸는 것도 어려운 일이니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IMF로 나라 전체가 떠들썩 한 요즈음 변화를 가져오기는 아주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그래도 이러한 시기에 필자의 주변에서는 정보시스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하는 경영자를 가끔 만날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에서도 서방 7개국에 대응하는 세계적 ERP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하여 국책사업으로 G7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니 우리의 미래가 어둡지 만은 않다고 여겨 진다. 따라서 ERP 수요 기업의 경영체질 개선에 대한 의지와 SI업체의 기술적, 프로세스적 know-how를 기반으로 한 ERP개발 노력이 결합되어 진다면 국내 기업의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SI업체의 선진화된 패키지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모쪼록 기업의 전산화를 위해 노력에 노력을 경주하는 CIO 및 전산 실무자 여러분께 다소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ERP를 통하여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많은 곳에서 들렸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