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앉아있다보면 한달에 두서너통씩 설문조사 전화를 받게된다. 일반기업체의 설문조사가 아니고 정통부산하 운운.. 상공회의소 운운하는 곳에서 걸려오는 전화다.

설문조사업체로 선정되어서 설문조사를 해줘야 한다며 구두설문이나 이메일을 통한 지면설문, 혹은 팩스로 설문내용을 보내준다는 내용등인데 가만히 보면 조사하는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고 비슷비슷하다.

전화걸때마다 사장님 이름을 물어보고, 설립년도를 물어보고 업종을 물어보고... 한번은 너무 귀찮아서 그런정보는 다 알고있는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모른단다. 헉. 지금까지 열댓번은 말해줬는데.. 내가 지금까지 수다떤 내용은 다 어디다 팔아먹고 또 물어보는건지.... (이런거 조사하면 DB화 시켜놓는거 아닌가 ???? 세금걷고, 국민연금걷고 하는데 가서보면 별의별 자료가 다 있던데.. 돈걷는 부분 외에는 이런정보 다 쓰레기라고 버리는건가 ?? )

꼭 해야되는 거냐고 물으면 의무조항은 아니란다. 그래서 안하고 싶다고 말하면 꼭 해야된단다. 의무조항이 아니라면서 왜 꼭 해야되냐고 물으면 의무는 아니지만 기록으로 남기때문에 해야된단다. 대체 뭔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의무조항은 아니지만 안하면 안된다..는 것도 웃기지만 강력하게 안하고 싶다고 얘기하면 대한민국에서 기업하면서 어떻게 안할 수 있냐고.. 도리어 따져든다. 그러면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단다.

협박인가 ???

통신인프라가 세계최강이라는 대한민국. 비슷비슷한 단체에서 비슷비슷한 내용의 설문조사를 시도때도 없이 하는 대한민국. 조사는 하고 취합은 안하는지, 아니면 이것도 취업대책의 일환으로 일거를 창출을 위해 일부러 하는 건지.. 하고 또 한다. ( 설문조사기관을 많이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하는가보다)

회사직원이 많거나 전담하는 부서나 담당이 따로 있다면 모르겠지만 우리회사처럼 열손가락미만의 회사에서 설문조사에 응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은근히 고압적이고 설문조사원 특유의 목소리... 귀찮다. 아니 짜증스럽다.

오늘도 상공회의소에서 전화가 왔다. 광고나 디자인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중이란다. 그러면서 광고회사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했다. 그럼 뭐하는 회사냐고 묻는다. 인터넷서비스업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대답한 사람 이름을 대란다. 조사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업체인데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전화걸었다는 기록을 남기겠단다. 남겨서 ?? 뭐할려고 ??? 조사내용과 무관해서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그것도 협조못해주느냐!"고 기분나쁜 어감으로 말한다. 그랬더니 사장을 바꾸란다. 다행히(?) 외출중이셨다.

최소한 상공회의소라면 자기들이 전화를 걸고 있는 업체의 업종은 구분하고 전화걸 정도의 예의를 갖추던지, 능력을 갖추던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밑작업(전화걸 업체를 미리 선별하는) 이나 하고 전화를 걸던지..

대놓고 전화걸어놓고 상관없으니 '니 이름이나 밝혀라'는 것은 대체 뭐하자는 건가.

광고나 디자인업체에 대한 설문조사에 대상기업파악도 못하고 전화를 건 것도 웃기지도 않고, 그렇게 무턱대고 쏟아붇는 전화세는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느 회사에 얼마나 많은 돈을 퍼주고 싶어서 (어차피 이런건 다 대행업체에 맡기는 것이다) 이따위 설문조사를 하는지 묻고싶다.

그리고 말로만 대한민국 인터넷인프라 어쩌구 저쩌구, 통신강국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하지말고 제발 능률적으로 일하는 모습좀 보여줘라. 상공회의소는 어떤지 몰라도 정통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행정부서아닌가. 무분별한 설문조사보다 하나의 조사를 하더라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 DB화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연관된 내용은 업체 귀찮게 하지말고 알아서들 좀 해보면 어떨까 ??? 싶다. 이 나라가 정말 나를 실망시킨다.

대한민국.. 대체 어디로 가려고 이렇게 횡설수설. 밑도 끝도 없는 업체괴롭히기에 전력을 전력을 다하고 있는지...

2004년 7월 17일자 전자신문 e-mail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