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에 달하는 정보화촉진기금 운영과정에서 담당 공무원과 관련기관 담당자들이 미공개 주식을 부당 취득한 후 되팔아 수억원대의 매매 차익을 남기는 등 부실한 운영실태가 사실로 확인됐다.

29일 감사원이 발표한 정보화촉진기금 감사결과에 따르면 총 33명이 업무상 편의를 봐주고 그 답례로 미공개 주식을 싼 값에 취득, 코스닥등록 후 되팔아 이득을 챙겼다. 모두 무상취득이 아니지만 기술기업 주식을 가지는 것 자체가 돈이되던 정보통신거품시대에 이들은 사례로 받은 주식을 코스닥등록 직후 기동성있게 처분하는 '먹튀(먹고 튀는)'행동을 보였다.

또한 기금 지원 사업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백억원 이상이 투입된 사업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사례도 여러 건 적발됐다.

◇업체 편의 봐주고 뒤로 주식 챙겨
정보통신부 00과장은 2000년 2월 △△ 대표이사에게 ‘기술개발사업’ 계획을 미리 알려주어 다른 경쟁업체보다 빨리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주관연구기관으로 선정되도록 뒤를 봐 줬다. 이에 따라 △△업체는 정부출연금 14억4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물론 00과장은 대표이사로부터 골프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형수가 이 업체 주식 500주를 1주당 5만원씩 2500만원에 매입하도록 알선했다. 얼마 후 이 업체가 코스닥에 등록되자 2000년 5월 및 2001년 1월 주식을 처분해 총 1억1296만원의 매매 차익을 챙겼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주식을 ‘공짜’로 받은 경우도 있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 00융자팀장은 2000년 여름 무렵 정보화촉진기금 9억7800만원을 융자해준 △△업체 대표로부터 “앞으로 잘 좀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사례비 명목으로 주식 취득을 권유받았다.

00팀장은 2000년 12월경 이 업체 주식 6000주(액면가 500원)를 부인 명의로 액면가에 매수하는 것처럼 허위 계약서를 체결해 시가 1272만원 상당의 업체 주식을 무상으로 교부받아 보유하고 있고, 융자담당 직원 000에게도 시가 848만원 상당의 주식 4000주를 무상으로 교부받도록 했다. 그 이후 이 업체에게 추가로 정보화촉진기금 5억7300만원이 융자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000본부장은 지난 99년 12월경 △△시스템 등 2건의 기술을 전수해 준 △△업체의 부사장으로부터 사례비 명목으로 주식 취득을 권유받고 7194주를 6597만원에 매입하는 등 2차례에 걸쳐 총 3만5970주를 8035만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이 업체의 코스닥 등록이 늦어지자 2001년 6월 이 업체 부사장에게 주식 처분을 요구, 총 4억307만원의 매매차익을 얻었다.

◇수백억 들인 사업도 무용지물
한국디자인진흥원은 98년부터 2000년까지 121억4900만원을 지원받아 ‘산업디자인DB 구축’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내용이 DB에는 빠져있고, 자료 갱신도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구축된 DB자료 28만건 가운데 최근 3년 동안 한번도 조회되지 않은 자료가 18%에 이르고 있다. 또한 10회 이하로 조회된 자료가 전체의 62%를 차지하는 등 사실상 활용이 되지 않고 있다.

한국전산원이 40억4020만원을 지원받아 구축한 국가지식정보통합검색시스템 역시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현행 법상 ‘지식정보자원 공동이용 실무 위원회’를 설치해 지식정보자원을 지정하도록 돼 있지만 전산원은 이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특히 총 6408억원이 투입된 186개 DB 가운데 기상정보 DB 등 34개 DB는 국가지식정보통합검색시스템에 연계하지 않아 DB로서 효용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법에 금지된 대학 만들고 기술개발자금 지원도 ‘몰아주기’
정보통신부가 지난 97년부터 한국정보통신학원과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를 설립했지만 이는 법으로 금지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기관 공공단체는 사립학교를 설립할 수 없도록 돼 있어 교육부가 대학원대학 설립을 반대하자 정통부는 정보화촉진기금을 재원으로 사립학교 형태의 대학원대학을 설립했다.

또한 이 대학원대학은 학부과정을 신설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사립형태의 편법으로 결국 대학교 마저 설립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의 공적 재원으로 사립형태의 대학교를 설비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됐다.

특히 이들 교육기관 설립과정에서 기금지원도 방만하게 이뤄졌다. 설립자금 500억원으로 대학원 기숙사 부지를 매입했지만 이후 학부 설립과정에서 대학원 기숙사 건축용도로 다시 100억원이 중복 지원됐다.

이밖에도 정통부는 IT 우수신기술지정·지원사업과 'IT 산업경쟁력 강화사업'을 수행하면서 90%이상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몰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총 3761억원 자금 가운데 3381억원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주도하는 선도기반기술 개발사업에 지원됐으며, 올해 역시 3896억원 가운데 3566억원이 지원됐다.<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4.7.29 >